동구 밖 실천 여는 싱그러움 파고든다
겨우내 텅 빈 가슴 핏기 잃은 산자락들
움트는
박동 소리가
새 기운을 끼얹다.
고드름 낙수 소리 소절(小節)로 띄워 진다
지붕 밑 움츠리다 기지개 켠 토방 마당
부화 된
햇병아리도
물가래만 쪼인다.
화신의 전령들이 이심전심 꿈틀댄다
지난봄 못다했던 소망들이 되새겨 나
고개든
버들강아지
파란 꿈만 그린다.
시조 시집 『두메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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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三章六句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章과 句의 다양한 변형을 주어 멋스러움을 추구하는데 단시조든 연시조든 행갈이 등을 통해 다채로운 운율의 묘미를 살려 시조의 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조의 기본 틀인 3장 6구는 시조의 골격이고 구성법이다. 그리고 기승전결에 의해 짜인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 구성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 구성법을 따르는 것이 시조 짓기의 기본형식이 된다. 또한 12음보에 45자 이내로 정형화된다. 이 또한 반드시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승전결은 소설, 수필 등의 장르에서도 적용되는데 정형시에서 초장의 起는 시상을 일으키고 중장에서는 그것을 이어받아(乘)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면서 전환했다가(轉) 작품을 마무리한다(結) 종장이 끝나면 한 편의 작품이 내용상으로 완성될 뿐만 아니라 리듬도 완성이 되는 구조를 이룬다.
시조의 이와 같은 절묘한 구조를 絶句 詩의 한시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여서 비교되기도 하지만 한시와 정형시조의 차이는 분명 있는 것이다. 절구의 한시를 시조로, 시조를 한시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먼 곳에서 아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걸음걸음 다가오는 봄이 중앙공원의 연초록 빛 나무들 가지 끝에 매달려있다. 시인 셸리는 읊었다 “푸른 대지 속, 봄을 맞는 잎새들의 움직임 속에는 바로 우리들의 가슴과 통하는 어떤 은밀한 교감이 있다” 고
그렇다 봄이 오는 소리는 분명 닫힌 옷깃을 풀어 헤치고 나들이하고 싶은 계절이다. 산자락을 산이 누르고, 개울물은 스스로의 소리를 삼키며 얼음장 밑을 흐를 때 북풍한설의 매서운 바람은 실개천의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달렸을 것이다. 다소 거친 예를 들어본다. 주자의 시구에 “연못가의 봄풀은 아직도 꿈을 깨기 전(未覺池塘春草夢)”이다. 그러나 동구 밖은 이미 아지랑이가 똬리를 틀고 봄바람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첫수, 동토의 긴장감으로 텅 비웠던 겨울 산은 계곡으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움츠려 느려졌던 심장의 박동 소리를 이완시키며 키우고 있다. 그 박동 소리는 새로운 기운이 얹혀 힘차게 쿵쾅거린다. 작은 숨소리의 실개천도 제법 소리를 내고 있다. 봄은 그렇게 산자락에 스미어 심장의 박동 소리로 전이되어 온다.
둘째 수, 초막의 긴 고드름도 한 소절의 리듬이 되어 제 몸을 푼다. 이 때 초막의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한 곳으로 떨어질 것이다(點點滴滴不差移) - 시인은 태공의 ‘효행‘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 겨우내 숨죽였던 토방 앞마당, 봄 햇살을 노랗게 입고 물 한금에 봄 하늘 한 번 쳐다보는 햇병아리, 봄은 앞마당 ‘병아리’의 부리에 쪼이며 토방 밑으로 스며들고 있다.
셋째 수, 얼어붙은 세계가 봄볕에 꿈틀대니 동면의 씨앗들은 발아를 꿈꾸고 따사로운 훈풍에 수목들은 염화미소로 화답하며 꿈틀대고 있다. 봄의 전령사 버드나무는 지난봄에 못 다 이룬 꿈을 소망하며 꽃망울 터뜨려 파란 꿈을 꾸고, 버들강아지가 냇물을 간지럽힐 때 봄 햇살은 시냇물을 뛰어넘어 다니다 미끄러지며 함께 흐른다.
예로부터 버드나무 가지는 남녀 사이의 애절한 정과 이별의 징표로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절양류(折楊柳)라하여 임이 떠날 때 버들가지를 꺾어주며 애타는 정을 노래하는 시가 많다. 대표적인 시가 기녀 홍랑이 고죽 최경창에게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며 애절하게 보낸 “묏버들 갈해 것거”로 시작하며 읊조리는 서정적 평시조이다. 이렇다고 할 때 ‘지난봄 못다 했던 소망들이 되새겨 나‘의 시구는 사랑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조는 율격의 측면에서 정형시에 속함으로 정해진 형식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음수율 또한 45자 이내의 형식을 취하지만 변형된 모습으로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파격을 가하지 않고 음수를 지켜 시조의 호흡과 리듬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3수로 된 연시조이다. 영혼이 곧으면 글도 곧듯이 봄볕을 거머쥔 시조 가락에 시가 빛나고 있다. 첫째 수와 둘째 수, ‘박동 소리, 낙수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에서 아장걸음으로 오는 봄소식이 들려오고 세 번째 수의 ‘파란 꿈’의 시각적 이미지에서 약동하는 파란 봄이 꿈처럼 펼쳐진다. 봄이 오는 소리를 시인은 청각과 시각의 이미지로 형상화시켜 봄나물 무치듯 조물조물 버무려서 ‘봄소식’이라는 나물 요리 한 접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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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봄소식/김옥동
봄소식/김옥동 / 부천시, 경기도 와 국회의 뉴스 그리고 삶을 전하는 지방신문
www.thenewso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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