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천년, 독도의 족보는
동해의 문맥으로 흐르고
백두대간의 필체로 한반도의 서사를 쓰면서
동·서도가 쓴 상처의 문장을 파도를 헤치며 읽는다.
심해에 발돋움하고서
나울나울하는 물결에 백의의 문신을 새기며
돌올한 바위너설의 볏을 곧추세우고
시답잖은 어투와 어쭙잖은 왜풍이 불어올 때는
신라적 온기를 실은 동풍으로
시큰거린 뼈마디의 삭신을 어루만진다.
사라진 강치를 기억한 큰가제바위엔
별들이 자분자분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
된비알의 슴새는 부리를 주억거리며 추모한다.
해조음을 목에 두른 외로운 독도는
새우 발 마사지로 지친 피로를 풀면서
돋을새김의 도도록한 몸피로 두 눈 치켜뜨고서
왜(倭) 새들을 쫓고 있다.
거친 파도에 얹힌 파란 숨소리와
동해의 수평선을 팽팽히 당기다 핥긴 상처를 안고서
무지몽매한 이웃 나라 역사의 헛발질은
독도리 어부의 노 끝으로 휘저어 버리고
가까운 섬사람의 엇먹은 망나니짓은
울부짖는 텃새의 부리 끝으로 콕콕 쪼아 버린다.
천년 세월의 사리는 독도의 몸짓 언어에
고요한 아침의 영혼은 울지 않고도 눈물이 난다.
*제13회 대한민국 독도 문예대전 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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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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