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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tcIqXlX1QzQ
거울 같은 시/홍영수
컴컴한 생의 새벽길에
방향 잃은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바큇살 빠져 삐거덕거리는 마차처럼
고장 난 내 영혼을 수리해 줄
시 거울 하나.
생각을 갈아엎어 깊이를 더해 주고
반사된 빛이 오목한 곳에 모여
불씨를 피우는 것처럼
한곳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사물의 꽃을 피우게 해 주는
오목거울 같은 시를,
때로는
반사된 빛이 퍼져나가
보이지 않는 곳을 보이게 하고
세상 밖의 세상을 만나게 해 주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의 삶을 살게 해 주는
볼록거울 같은 시를,
그렇게 비춰 주는
시 거울 하나
가슴에 걸어 두고 싶다.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