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거울 같은 시/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4. 2. 23. 16:17
반응형

https://www.youtube.com/watch?v=tcIqXlX1QzQ

거울 같은 시/홍영수

 

 

컴컴한 생의 새벽길에

방향 잃은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바큇살 빠져 삐거덕거리는 마차처럼

고장 난 내 영혼을 수리해 줄

시 거울 하나.

 

생각을 갈아엎어 깊이를 더해 주고

반사된 빛이 오목한 곳에 모여

불씨를 피우는 것처럼

한곳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사물의 꽃을 피우게 해 주는

오목거울 같은 시를,

 

때로는

반사된 빛이 퍼져나가

보이지 않는 곳을 보이게 하고

세상 밖의 세상을 만나게 해 주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의 삶을 살게 해 주는

볼록거울 같은 시를,

 

그렇게 비춰 주는

시 거울 하나

가슴에 걸어 두고 싶다.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