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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홍영수
햇살에 걸린 은빛 파도로
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
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
손금 지워진 어부처럼
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깻돌, 콩돌, 몽돌이 되어
알몸 맨살 버무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물무늬로 미끈거릴까.
평생 누워 참선하면서
바다 소리 공양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잘 익은 득음을 했기에
수평선 너머 태풍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무한 고통의 탯줄을 끊은
저 작은 생명력, 그 앞에선
파도마저 차마 소리 죽여 왔다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잘 마모되어 간다는 것.
얼마나 더 마모되어야
내 안에 몽돌 하나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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