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존재의 꿈을 꾸다/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1. 3. 22:31

난 외롭다

늘 푸른 동해 땅끝에 우뚝 서서

해돋이 해넘이를 함께 하며

어부와 새들을 위한 홀로 선 등대이기에

 

난 슬프다

거친 풍랑과 귀때기를 때리는 바람을 안고

억수 세월 뜬눈으로

저 먼 백두대간 바라기를 하기에

 

난 아프다

일렁이는 큰 파도 같은 거짓 입술과

거센 바람의 억지스러운 몸짓 언어로

정절의 두 발로 서 있는 나를 괴롭히기에

 

난 괜찮다

수많은 세월, 터럭만큼의 몸도 허락하지 않았고

여태껏 티끌만큼의 눈 한 번 팔지 않는 지조로

존재의 꿈을 꾸었기에, 침묵 속 침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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