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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 홍영수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부르튼 피부의 대들보를 안고 누웠다가아흔 굽잇길을 돌아 검은 그림자가 되었다는 것을,누구의 관심과 눈길 없이이승의 삶을 해체하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오두막 같은 한 여인이 그녀였다는 것을, 늘그막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이목구비를 지우고헐거운 짐이 무거운 짐이 될까, 걱정하다가 생의 앞편으로 이어갈 끈을 놓아버렸다는 것을,베갯잇 적시는 몇 방울의 고독을 삼키면서사립문 여는 소리는 차마 닫지 못하고검은 천사에 둘러싸인 주검이 그녀였다는 것을,이젠, 휑한 방 안의 공기마저 납작 엎드린 곳에그동안 방치된 자투리의 삶이 압류된 채다문 입에 못다 한 말들이 시체처럼 붙어있는초점 잃은 눈동자의 여체가 그녀였다는 것을,그녀가 켜 놓은 촛불에는 빛이 있었으나꺼진 뒤의 촛농 속에는 그녀가 있었다..

나의 시 2024.04.30

‘견뎌냄’의 숭고, 나무의 뿌리

강진의 다산초당 가는 산길을 걷다 보면 정호승 시인의 ‘뿌리의 길’이라는 시를 만난다. 나무뿌리는 커다란 벌레들이 뒤엉켜서 기어가고 꿈틀거린 듯한 모습들이다. 예전에 설악산 울산바위 가는 숲길에서 보았던 것과 같았다. 어느 산길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뿌리의 길’을 보면 어디론가 자신의 삶을 위해 여러 갈래로 뻗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삶의 길이란 사람이나 나무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는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고 피할 수 없으면 감싸면서 물을 찾아가는 걸 보면 지극히 예술적 감각을 소유한 식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반 고흐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나무뿌리>를 그려서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 왜 그랬을까? 비록 자신의 육체적 생을 마감할지라도 영혼만큼은 살아서 끝없이 대지에 뿌리를 뻗고 싶은, ..

울산광역매일신문 '여여/구정혜'

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32020&section=sc30&section2=울산광역매일≫ 여여如如" data-og-description="산길을한시간쯤걷다보니나무의자하나 별생각없이그냥누웠다.걷는동안따라오던잡다한생각들온데간데없다 허공과하나되어누운몸에하늘과나무와숲" data-og-host="www.kyilbo.com" data-og-source-url="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32020&section=sc30&section2=" data-og-url="http://www.kyilbo.com/332020"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RkFjO/hyVVxm..

나의 글 外 2024.04.25

<울산광역매일신문> '몽돌/홍영수'

https://m.kyilbo.com/249259 [울산광역매일] 몽돌  햇살에 걸린 은빛 파도로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손금 지워진 어부처럼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깻돌, 콩m.kyilbo.com몽돌/홍영수 햇살에 걸린 은빛 파도로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손금 지워진 어부처럼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깻돌, 콩돌, 몽돌이 되어알몸 맨살 버무리며철썩이는 파도의 물무늬로 미끈거릴까. 평생 누워 참선하면서바다 소리 공양에 귀 기울이며얼마나 잘 익은 득음을 했기에수평선 너머 태풍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무한 고통의 탯줄을 끊은저 작은 생명력, 그 앞에선파도마..

나의 글 外 2024.04.25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서 ‘절규’를 떠올리다.

필자는 군 생활을 서해안 바닷가에서 했다. 3년의 세월 동안 저 먼바다의 수평선 자락에 걸친 일몰 광경을 보면서 근무했다. 늦은 오후 근무 때 바라보는 서녘의 노을이 유난히 붉고 짙을 때가 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수평선 끝자락에 걸친 노을빛, 개인의 일탈이 용납되지 않고 그래서 탈출구가 없는 얽매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생활환경에서 보는 그 풍경은 또 다른 의미의 붉은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내외적으로 억눌리고, 메마른 감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검붉게 타오르는 노을빛은 그날의 심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된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대신한 듯한 표정의 빛으로, 때론 내가 불타는 듯한 노을 속에 빠져들어 커다란 소리를 치고 있는 착각하는 것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바로 그때 시선과 가슴을 통..

구정혜 시인 유고시집 『하늘이 그러하였을까』

해설  내면의 고백과 삶의 진정성에서 피운 시혼                                            홍영수(시인, 문학평론가)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다. 문학에서도 그렇다. 시에서 개성은 상상력 방식이나 표현기법, 문체의 표현형식, 어조나 어투 등을 통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기만의 개성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의미 없는 언어에 자기만의 색깔과 특출한 개성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생전에 두 권의 시집 『아무 일 없는 날』과 『말하지 않아도』을 출간했던 구정혜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이 그러하였을까』」의 원고를 읽었다.  시인은 숙고한 시어를 통해서 감성을 고르고 소재..

무상(無常)함의 지혜, 모든 것은 변한다.

완연한 봄이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보니 관리사무소 앞 목련이 하얀 미소를 지으며 윙크한다. 며칠 지나면 커다란 꽃잎이 떨어질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풍경 속에 어느 날 우연히 떨어져서 흩어져 있는 목련 꽃잎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낙화한 꽃잎을 보면서 혹한의 겨울엔 옷을 벗고 있다가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인 봄에 꽃을 피웠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잎들을 떨구며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은 한순간, 어느 시기, 어떤 계절에도 변하고 변화하고 있다. 연둣빛으로, 초록빛으로, 붉고 노란 색깔들로 피고, 물들고, 떨어지며 사라진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확고한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린 무상함 앞에서 역설적으로 변치 않는 것을 찾고 있다. 항상 됨이 없고,..

엄마! 보고 싶다-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며

엄마!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잖아. 길 중에도 가야 할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어. 그런데 왜 그들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갔을까? 그토록 물을 싫어하는 나를 맹골수도(孟骨水道)의 빠른 물속에 차가운 영혼으로 멈춰 있게 하는 거야. 알잖아, 엄마는 물속보다 엄마의 품속이 그립고 물길보다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고 펼쳐야 할 꿈이 망망대해인 나를. 아직 더 높이 올라가야 할 욕망의 하늘이 있고 더 멀리 달려야 할 희망의 지평이 있고 더 크게 울려야 할 가슴의 종이 있다는 것을. 멋진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났던 새벽길에 도란도란 모여 얘기꽃 피워야 할 친구들이 아직도 환상 속에 꿈을 꾸는 듯 내 곁을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눈동자는 움직임이 없고요. 세상의 모든 신에게 마지막 기도를 했던 친구들 그들의..

나의 시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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