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시의 밭 / 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4. 22. 16:31

아내는 묵정밭을 일구어 시심을 뿌려 놓았다.

햇볕 머금은 열매에서 시상을 따고

빗소리를 끌어안은 뿌리에서 주제를 캔다.

허술한 밭두둑의 행은 호미로 북돋우고

철 지나 시든 곁가지의 시구와

누렇게 된 잎의 시어는 잘라버리면서

불필요한 수식어는 꽃잎일지라도 따낸다.

벌레들이 잎사귀에 뚫어 놓은 자음의 구멍과

새들이 꽃다지에 쪼아놓은 모음의 흠집들은

떼 내고 다듬으면서 시 밭에 자란 문장을 다듬는다.

떨어뜨린 밭작물의 행간에서 의미를 다잡으며

참신한 시어와 새로운 시구의 알곡들을 줍는다.

때론, 설익은 품사의 꼭지들은 꺾어 버리고

주렁주렁 매단 열매의 단어들은 솎아주면서

갈마드는 퇴고를 하며 한 톨의 시를 수확한다.

각양각색이 상징이고 비유인 시의 밭, 그곳에서

아내의 손발 펜으로 쓴 됨새 좋은 시의 이삭들,

농심이 진솔하면 열매 또한 잘 여물 듯

웃음꽃 핀 표정으로 움켜쥔 손안에

농익은 시 한 다발.

 

*2023년 제6회 최충문학상 수상작(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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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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