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의 雜論直說

홍영수 시인의 문학 강연 /멍 때린 생각에 따귀를 때려라

홍영수 시인(jisrak) 2023. 5. 25. 10:59

눈으로 듣고 귀로 보다.
 
이곳저곳 담장을 타고 빨갛게 장미송이가 피어 향기를 발하는 6월에 시심을 돋워 문향을 담아 한 묶음의 장미다발 같은 문학강연이 열렸다. 2021년 6월 12일 2시 심곡본동 문화대장간에서 홍영수 시인의 ‘관찰’을 주제로 한 ‘멍때린 생각에 따귀를 때려라’라는 타이틀의 강연이다.
 

홍영수 시인

 
홍영수 시인은 해남 출신으로 명지대학 영문과 졸업하고 방송대 국문과 졸업하였다.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하여 시집 ‘흔적의 꽃(2017)'을 상재한 바 있다.  
 
 ‘생각의 힘줄 키우기는 관찰과 관심이다. 그것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이다. 관찰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시작한 유연한 강의는 초반부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본다’ ‘시는 팩트(fact)가 아니라 진실이다’ ‘시는 언어 너머의 이야기이다’ ‘침묵도 음악이다’ 등 시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어휘를 담은 강연은 2시간 내내 시적 감성과 창의적인 생각과 매끄러운 언어의 흐름이 어우러져 풍성했다.  풍부하고 독특한 예술에 대한 관점이 시와 예술에 대해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참여한 한 시인은 말했다.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며 유수한 공모전과 문예대전의 문학상을 휩쓸고 있고 최근 미술평론으로 평론가로 등단한 홍영수 시인은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과 우리나라의 서원,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관찰자의 심오한 생각을 담은 예술적 심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활동하고 있다.  

홍영수 시인
 

이날 강의에서 제주도에 시비로 세워진 '몽돌'을 비롯하여 '흔적의 꽃''성주산 숲길' 등 세 편의 시를 소개하였다. 꽃봉오리가 초여름의 햇살을 받아 활짝 만개하듯이 시심과 열정을 겹겹이 에워싸고 한 잎 한 잎 따뜻한 향기를 발하며 핀 시의 결은 백발과 초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며 화사한 꽃잎이 하늘하늘 흩날리는 한 그루의 벚꽃을 연상하게 했다.   
 
몽돌 / 홍영수
 
온 몸에 새긴 긴 세월
어망에 걸린 은빛 파도로
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
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
손금 지워진 어부처럼
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깻돌, 콩돌, 몽돌이 되어
알몸 맨살 버무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물무늬로 미끈거릴까
  
평생 누워 참선하면서
바닷소리 공양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잘 익은 득음을 했기에
수평선 너머 태풍을 어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무한 고통의 탯줄을 끊은
저 작은 생명력, 그 앞에선
파도마저 차마 소리 죽여 왔다 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답게 마모되어야 하는 것
얼마나 더 마모되어야
내 안에 몽돌 하나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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