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둠벙/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5. 28. 22:36
산골 다랭이논 귀퉁이
작은 생명의 시작과 끝이
울타리 없이 모둠살이 한다.
올망졸망한 맥박과 심장들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둠벙
그 곁 논두렁 버들가지에 날아든
산새 한 마리의 매서운 시선에
자물자물한 풍뎅이 물풀에 숨어들고
개구리는 속도위반으로 물속으로 잠긴다.
욜랑욜랑한 토하(土蝦)의 발길질에
간지럼 타며 일렁이는 물비늘은
잠시 들른 한 점 구름을 지운다.
외진 모퉁이의 웅덩이는
열고, 닫고 가둠과 비움으로
둥글둥글 베풀며
산골의 생명을 키워낸다.
은밀한 방언 같은
둠벙의 현주소는
자그마한 생명들의 젖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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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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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관곡지, 사진/홍영수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