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의 인문학 칼럼

무지보존의 법칙

홍영수 시인(jisrak) 2025. 1. 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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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칼럼] 무지보존의 법칙 - 코스미안뉴스

“화요일, 사무실에서 무지의 무서움을 느꼈다. 오직 자기만의 생각과 의견이 옳다고 한다. 자기만의 틀 속에 가두고 극단적인 언어와 행동하는 그이, 그래서 무섭다. 그리고 그 틀에 갇혀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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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사무실에서 무지의 무서움을 느꼈다. 오직 자기만의 생각과 의견이 옳다고 한다. 자기만의 틀 속에 가두고 극단적인 언어와 행동하는 그이, 그래서 무섭다. 그리고 그 틀에 갇혀 벗어나지 못함에 차라리 가련함을 느낀다. 2009/03/03”

이 글은 엊그제 필자의 비망록을 무작위로 펼쳐보는 페이지 중 첫눈에 띤 글을 그대로 옮겨 본 것이다.

 

집합론의 창시자인 수학자 칸토어(Georg Cantor)무지보존의 법칙을 말한 바 있다. 그것은 한 번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면 그 결론이 널리 인정되어 받아들이게 되고, 그래서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고 한다. 잘못된 이론이나 틀 속에 갇혀 길들여졌을 때 바로 잡으려고 해도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게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그 주위를 태양이 돈다는, 그 믿음이 변치 않을 것 같은, 진리처럼 믿은 학설에 대해 그 오류를 지적하고 지동설을 주장하는 소위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일컫는 전환이 일어났다. 이렇듯 자기가 가진 생각이나 행동이 옳고 자명하다고 믿을 때 독단이나 도그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지 보존과 같은 사고방식은 고정관념과 편견, 고집, 착각, 오해 등을 받기 쉽다. 이렇게 오해받을 때의 마음은 갈등과 고통을 미움, 슬픔, 후회 등을 낳고, 또한 우울감을 갖게 한다. 이럴 때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내면의 의식에 관심을 가져야만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야 타인과 더 넓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자기만의 마음만 붙잡고 있으면 그 마음은 더 이상의 마음이 아니고 붙박이 장롱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와 같은 무뇌아의 헛껍데기일 뿐이다. 그저, 오는 사람 오게 하고 가는 사람 가게 하면서 득실의 셈법을 따지지 말고, 아름답고 추함도 벗어나고, 옳고 그름도 판단하지 말자. 그렇기 위해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본질적인 인격에 대해 밖으로부터, 즉 객관적인 관찰이나 지적인, 또는 기술적인 대화 같은 것으로는 접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살아온 산 경험이나 이제 막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때 진실한 접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렇게 한다는 것, 또한 무척 어렵다는 것도 잘 알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견해와 판단력이 자명하다고 생각하기에 자꾸 상대방에게 강요하게 된다. 오직 내 생각이 옳고 분명하다고 믿는 것, 그것은 독단이요 독재적 발상이다. 그러한 무지보존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고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압박으로 느끼게 하는 자체가 스스로 꽉 막힌 상자 속에 가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상자 속 같은 어둠의 사고를 뚫고 나오기는 매우 힘들다. 또한 탈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러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지만, 보편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제압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지만, 그러한 고정관념은 오히려 자신을 옭아매어 자신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내 취향과 세계관이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혐오하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만큼 자신을 미워하게 되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이 무지 보존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자기애와 신념에만 가득 차 있으니, 상대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고, 그러면 고정관념과 허튼소리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생각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부터 털어버리자. 그래서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서 새로운 생명 탄생과 또 다른 부활의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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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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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