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부부 찌개/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0. 13. 11:56

곰삭은 시골 된장

한 숟갈 푹 떠서 사뿐히 건네면

다정스레 받은 당신

발효된 그 고마움 한 덩이 풀어 넣고

냉동실에서 꺼낸 멸치 몇 개

당신 손에 쥐여 주면

똥 뺀 멸치 빈속에

두터운 믿음으로 꽉 채우고

베란다에서 감자 두 개 가져오면

조심스레 건넨 칼로 껍질 벗기면서

서로의 얄미움도 확 벗겨버리고

버섯 씻다 젖은 손을

일광욕시킨 마른행주로 살며시 닦아주니

미운 정 한 송이

햇살 되어 손등에서 피어오르고

매웠던 시집살이

청양고추와 함께 툭 끊어

끓는 국물에 슬몃 얹히고

갑작스러운 볼 뽀뽀에 붉어진 낯빛은

고추장에 버무려서

속살처럼 하얀 당신 마음과 함께

두부 넣어 한소끔 끓이고

한두 겹 벗긴 양파의 매끈함에

신혼 때 생각 몇 방울 떨어뜨려

마주 보는 뜨거운 눈빛으로

보글보글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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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