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가을 달밤/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1. 13. 16:53

마실 다녀오는 할머니

지팡이엔 달그림자가 뒤따른다.

 

사립문을 연다.

흰 고무신은 달빛 가루를 신었다.

 

달의 눈썹만큼 가벼운 두 발로

문지방을 넘는다.

 

하얀 머리카락에 걸린 별빛도

반짝반짝 안방으로 들어선다.

 

감잎 떨어진 소리를 귀에 건 귀뚜라미도

문풍지 틈새로 귀뚜루르 뛰어든다.

 

고요를 입고 사는 홀몸의 할머니

가을밤의 달빛과 숨결이 고요를 벗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