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틈새의 삶/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1. 23. 15:41
한적한 시골길의 시멘트 포장도로
숨구멍처럼 갈라진 틈새로 들꽃들이 자라고 있다
누구의 손길, 눈길도 없다.
타는듯한 목마름의 줄기는
잎끝에 맺힌 해울로 적시고
여리디여린 꽃잎은
햇빛 한 올의 눈짓에 하늘하늘 웃는다.
사이와 사이에서
때론, 베이고 뽑히는 경계에서
한낱 이름 없는 들꽃일지라도
연민의 눈짓엔 고개를 돌리고
관심의 손짓엔 냉담이다.
내가 낮춰 너를 피우고
네가 높여 나를 터뜨리니
한 줌 향기 길손의 옷깃에 스며들고
네 곁에 내가 서서 너를 꼭 껴안고
내 앞엔 네가 앉아 나를 손 잡으니
비좁은 틈새로 하늘이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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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