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진주珍珠의 이력서/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2. 13. 16:17
두 입술을 닫는다
썰물 때 불어오는 뭍의 바람결도
밀려오는 밀물 때의 바닷물 어루만짐에도
입술은 닫고 있어야 한다.
갯바닥에 나뒹굴며 도道 한알 키우기 위해
층층의 세월로 쌓은 조개의 등딱지는
물의 고랑과 이랑으로 단단히 주름져가야 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키우기 위해
또 다른 세계를 내 안에 품기 위해
해신들의 기도 소리에도
개펄을 뒤집어 놓은 개울음에도
껍질은 벌릴 수 없고 흡반을 내밀 수 없다.
앙다문 외투막도 열지 않고
몸속에 품은 짜디짠 눈물을 삼키며
몇천 번 죽살이의 물굽이를 돌아 나온다.
지진과 해일을 데려온 포세이돈을 만나도
갯바닥에 박히고 뒹굴지언정
함부로 인사를 할 수 없는 숙명
은밀한 방에서 키워내는 하나의 세상
그의 이력은 동글반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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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진주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