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달항아리/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2. 16. 22:49
갓맑은 도공이
아첨도 뽐냄도 없이 손품으로 빚으며
여백이 다칠세라 가다듬은 호흡이다.
가만히 불러도 수줍어 대답 못하는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
겉치레 없고 후더분한 종갓집 큰 며느리다.
위아래 한 몸 되기 위해
장작의 불잉걸에서 열꽃으로 핀
둥그스름한 불이不二의 법열경
손이 아닌
자연의 결로 연주한
물레와 흙의 협화음이다.
일그러진 듯, 뒤뚱거린
계산 없는 분방한 자유
알음은 없지만, 영혼의 앓음으로 지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도공의 순백한 정성 한 덩이다.
기교와 멋을 버린 생략의 미
다듬지도 않고 무심한 여유에서 쓴
시작도 끝도 없는 뽀얀 문장
마음으로 읽고 심장으로 감동하는
비문의 둥근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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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