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울림이 있다 출발지점에 몇 갈래 길, 현미경 들여다보듯 익숙함에 젖은 길이다. 그 길을 벗어나 걷고 걸으면 이내 길은 끊기고 발길은 새로운 길을 내며 걸어야 한다. 그 길은 낯설고 두렵다. 일상의 시선과 후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길은 똑바로 걸을 수 없다. 한 고지 올라선다. 너덜지대의 돌은 날을 세우고 초목은 몸을 낮춘다. 새들은 죽지를 접고 고도를 낮추며 물은 흰 구름을 안고 굽이대로 흐른다. 암벽만큼 가파른 숨소리 앞에 얼핏 다가선 노루막이. 출발 때의 시야가 깜짝 놀란다. 천 만근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고 가까워진 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다. 뒤돌아 지나온 길을 뒤 돌아본다. 울림은 오르는 자의 발걸음 소리만큼 울릴 뿐 울림을 위해 울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