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서재는 넓지도 좁지도 않다. 책상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는 수시로 만져야 할 책이고, 그 외의 책들은 십진분류법이 아닌 나만의 분류법으로 언제든 손쉽게 찾도록 책장에 꽂혀 있다. 그리고 한 편에는 질서 없이 눕거나, 비스듬히, 때론 구겨지고 찢어진 표지 위에 쌓인 먼지를 머금고 흩어져 잠들어 있으면서 언제든 깨워 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말을 건네며 대화하고, 노래 부르고, 건물을 짓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책꽂이는 같은 책끼리 꽂혀 유유상종하고 바로 곁에는 또 다른 종류의 책들이 있다. 이렇듯 다른 사고와 이념을 가지고 이웃하며, 같은 책장에서 類類相從(유유상종)하면서 異類相從(이류상종)을 하고 있다. 저들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가락은 또 다른 생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