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이삭들이 나울나울한 굼깊은 다랑이논.논바닥에 엎드린 우렁이처럼 낮은 자세로 논배미의 논이 되어생의 퇴적층을 경작지에 쌓아 올린 아버지장딴지 근육의 피돌기로 알알은 여물어간다.헤살부린 가뭄과 태풍이 삽자루 손잡이에 절망으로 잡힐 때도먹구름이 머금은 습기에 농심을 적시고건들바람에 수심(愁心)을 날려 보내면서메뚜기 겹 눈망울에 아롱지며 절정의 몸피로 서 있는 벼 이삭을 바라본다. 농주 한 잔의 텁텁한 우정에 눈치 빠른 허수아비가 옷깃 휘날리면놀란 참새 떼들 미처 앉지 못하고 날갯짓에 낟알 몇 개 떨어질 때하늬바람에 실려 온 시월의 안부가 굽은 논두렁의 등뼈에 인사 한다.햇볕의 무게에 이삭이 고개를 숙이면농부는 가벼운 마음으로 볏단을 올려다보고모처럼 웃는 입가에 나락 몇 섬 걸릴 때누런 가을 몇 마지기가쿡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