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새 3

우리의 소리, 恨 속의 興

필자의 고향이 남도 지역이어서 판소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어떤 공연이나 특히 회갑연 때는 남도 잡가나 판소리 단가 등을 많이 듣게 되는데, 옆지기 또한, 판소리를 취미 삼아 활동하기에 함께 공연 다니기도 한다. 판소리 기원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마을에서 큰 굿을 하면서 벌이는 판놀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또한 이러한 놀이 형태에서 소리 광대가 소리와 만담, 재담, 몸짓 등을 하면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시대는 조선 전기에도 불렸을 것으로 보는데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문헌이 남아있는 조선 영조 시대부터 봐야 할 것이다. 판소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승되어 왔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의 구례, 순창 등에서 불리는 동편제는 웅장하고 ..

한복의 선線/홍영수

선線이 소리가 된다. 동정은 메기고 깃이 받을 때 앞도련은 겨드랑이 밑으로 숨어들어 진양조장단이 되고 배래선은 너름새를 하며 곡조가 되어 선으로 창을 한다. 하늘을 나는 듯 신명 난 저고리 곁마기와 끝동은 춤을 추고 삼회장의 사뿐사뿐한 소리에 두 옷고름은 빗장고름의 엇박자로 음표를 드레드레 매달고 앞섶과 치마 사이에서 아니리를 하니 삼작노리개가 얼쑤 하며 한바탕 추임새를 한다. 쪽빛에 살짝 피어오른 외씨버선 상큼하게 들린 버선코와 신코가 마음 자락 비집고 들어와 선의 무리로 만나서 병창을 할 때 한 가락 선의 언어는 소리가 되어 흐른다 있는 듯 없는 듯 꿰비치는 주머니 얼비친 분홍빛 속치마가 수줍어하는 사이 선의 얼개로 짠 치마저고리의 시김새 선들이 눈대목이 되어가면서 선線은 명창이 된다.

홍영수 시 2022.11.03

시김새와 그늘의 미학, 판소리 -명창 임방울의 <쑥대머리>

영화 는 평소에 판소리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恨과 슬픔의 정서를 영화 속 판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쯤 후 도착하는 청산도이다. 그 섬의 구불구불한 길과 해안선, 황톳길에 돌담 등은 왜 감독은 이곳을 택했을까? 하는 의문을 벗어나게 한다. (필자는 영화 속 배경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은 열녀비와 다랭이논, 그리고 고인돌과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공동 우물터였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춤과 음악을 좋아했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는 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 제천의식의 기록이 잘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