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꽃 6

거울 같은 시/홍영수

https://www.youtube.com/watch?v=tcIqXlX1QzQ 거울 같은 시/홍영수 컴컴한 생의 새벽길에 방향 잃은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바큇살 빠져 삐거덕거리는 마차처럼 고장 난 내 영혼을 수리해 줄 시 거울 하나. 생각을 갈아엎어 깊이를 더해 주고 반사된 빛이 오목한 곳에 모여 불씨를 피우는 것처럼 한곳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사물의 꽃을 피우게 해 주는 오목거울 같은 시를, 때로는 반사된 빛이 퍼져나가 보이지 않는 곳을 보이게 하고 세상 밖의 세상을 만나게 해 주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의 삶을 살게 해 주는 볼록거울 같은 시를, 그렇게 비춰 주는 시 거울 하나 가슴에 걸어 두고 싶다.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카테고리 없음 2024.02.23

흔적의 꽃

https://www.youthassembly.kr/news/757754 [목요일의 책] 흔적의 꽃 홍영수의 시집 『흔적의 꽃』. 이 시집은 홍영수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1부 몽땅 빗자루 2 www.youthassembly.kr http://www.gbis.co.kr/news/266695 [목요일의 책] 흔적의 꽃 - 부동산정보신문 홍영수의 시집 『흔적의 꽃』. 이 시집은 홍영수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1부 몽땅 빗자루 2 www.gbis.co.kr http://www.kapn.kr/news/26669..

사물놀이

흥이 흥을 타고 소리가 소리를 타고 긴박하다 늘어지고 늘어지다 긴박해지는 가락의 멋, 소리의 맛. 사물(四物)은 우주 안에 우주는 가락의 품에 음이 조이면 양이 풀고 양이 풀면 음이 조이면서 땅의 색으로 하늘의 빛깔로 어우러져 진동하는 백의(白衣)의 장단. 흐르고 흐르다 넓어지다 깊어지고 구르다 합쳐지고 합쳐졌다 다시 구르면서 혼이 혼에 실려 한 울림으로 감기며 삶의 음표와 하늘의 음표가 만난 공명의 화음. 지 잉 징징 바람 소리에 부 욱 북북 구름이 몰려오고 깨 갱 깽깽 천둥소리에 자 아 장장 비가 내리면서 네 가락은 한마음으로 대동(大同)한다. 허공이 숨긴 뮤즈를 데려와 사물로 풀어내는 저 늠연한 신명의 혼맹이. ---------------------------------------------- 홍영..

홍영수 시 2023.04.07

한때는/홍영수

터질 듯, 탄탄한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 풀어헤치면 안 된다는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꽉 조여진 둥그런 꼭지 간밤 힘껏 돌려 풀고 시원하게 한바탕 꿀꺽꿀꺽 타는 갈증 해소한 뒤 쓰레기통에 내팽개친 쭈그러진 페트병 이른 아침 출근길 분리수거함 앞에 허리 구부리고 있는 옆지기 헐거워진 옷 사이로 쳐진 두…… 한때는.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홍영수 시 2023.01.05

정한수/홍영수

새벽을 타고 문지방을 넘는다. 행여 들키면 안 되는 듯 잠든 문고리를 잡고 정지문을 연다. 부뚜막 곁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어둑새벽의 이슬을 밟고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다. 고요한 뒤란의 장독대 위에 신줏단지 모시듯 흰 대접 하나 올려놓는다. 새벽길 떠난 남편보다 먼저 길 열고 부정을 털어버리려는 듯 옷매무새 다잡으며 두 손 모은다. 버리고 비워서 헐렁해진 몸 허리 굽혀 천지신명께 빌고 허리 펴며 하늘과 소통하며 목젖에 걸린 자식들 위해 여자라는 것조차 잊는다. 아니, 처음부터 어머니였을까. 소리 없는 큰 울림의 기도 한 그릇 성역이고 종교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

홍영수 시 2022.12.24

동백꽃/홍영수

핏빛 한 웅큼 툭 떨어진다. 심장 덩어리 하나 서녘 노을에 짙게 물들며 때가 되어 지구 위로 낙하하는 저 숭고한 찰나의 긴 별리. ‘동백꽃’의 꽃말을 열정적 사랑(붉은 동백) 혹은 비밀스런 사랑(흰 동백)이라 하는데 그보다는 ‘깨끗한 죽음’이란 의미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다른 꽃과 달리 ‘동백꽃’은 꽃봉오리 채로 어느 순간 툭하고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꽃이 떨어져나간 자리에는 그 흔적도 찾기 힘들다. 멀쩡하게 잘 피어 있다가 어느 순간, 툭 하고 떨어져버리는 동백 — 그래서 노인들 방에 ‘동백꽃’ 화분을 두지 말라고 한다. 동백꽃이 질 때, 바로 꽃봉오리 통째로 어느 순간 툭 떨어질 때 노인네들은 가슴까지 철렁 내려앉는단다. 홍영수의 시 에는 ‘동백꽃’의 그런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

홍영수 시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