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차록 3

글쓰기, 마당을 쓸고 정원을 가꾸다(1)

글을 써 왔다. 그 과정은 글의 마당을 쓸고 닦고 정원의 수목과 화초를 가꾸는 작업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 꽃 피울 시기에 맞춰 화초에 물을 주고, 수목을 전지 해 수형을 갖추는 과정이, 글을 짓고 가꾸는 과정이 창작의 과정이라면, 마당의 잡초를 뽑아주고 흙을 북돋우며 고르는 작업은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창작과 퇴고의 결과물로 피는 꽃과 맺는 열매의 작품이 있다. 이러한 열매와 꽃들을 소망하는 것은 꽃의 향과 열매의 농익음의 유무를 떠나서 나만의 충족감 때문이다. 비록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일지라도. 이러한 마당에 심어 놓은 다양한 식물과 수목들로 채워진 글의 정원과 마당, 그들이 불 밝혀준 것에 감사하면서 더욱 빛나는 등불을 켜 나가야 한다. 지금 순간에도 자판의 소리는 더욱 조심스..

물음느낌표 Interrobang, 창조와 상상력의 원동력

2002년도 나의 비망록 표지에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질문-탐구(탐색)-해답(質問-探究(探索)-解答), 의문-관찰(관심)-발견(疑問-觀察(關心)-發見). 이 말은 평소 독서를 하거나 상념에 잡혀 있을 때, 또는 무념무상. 멍 때리고 있을 때 등, 그때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을 수사차록(隨思箚錄法) 하거나, 묘계질서(妙契疾書) 해 제본해 놓은 것이다. 벌써 몇 권째이다.  우린 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께 왠지 질문하는 것에 머뭇거렸다. 그래서 오직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받아 적고 외우면서 선다형의 시험공부에 열중했다. 깨달음을 부르는 호기심이 없어져 파편화된 지식만 습득한다. 사실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가 질문하는 습관을 가정에서부터 길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도 제주..

실학의 탯자리에서 읊조리는 시의 선율

필자는 작은 방을 서재로 꾸며 놓고, 그 문틀 위에 이라는 글을 프린트해 걸어 놓았다(워낙 필체가 없어서 ㅎ). 위의 뜻처럼 호고가好古家도 간서치看書癡도 아니지만, 옛글과 옛것을 좋아함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가끔 답사 다닐 때 찾는 곳은 대부분이 옛것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 등을 위주로 많이 다녔던 것 같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답사지에 가서 외형적인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형상 너머(境生象外)에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색을 하든, 순간적이든 다산에게서 배웠던 ‘수사차록隨思箚錄’과 ‘묘계질서妙契疾書’의 독서법을 답습하곤 했다. 그러한 결과물로 오래전 어느 곳에 발표했던 기행문 끝에 이렇게 갈무리했었다. “어느 분이, 孔子, 孟子처럼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