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향헌 3

여향헌(餘香軒)의 뜰 / 홍영수

너에게 다가서면 너는 보이지 않고 돌아서면 살며시 풍겨오는 향기로운 너 네가 향기가 되고 향기가 내가 되어 알몸 맨살 버무려 실카장 껴안고서 앙가슴 풀어헤치고 통정하듯 스미고 싶은 곳. 뜰을 비질해도 향기는 쓸어내지 못하고 꽃이 없어도 지순한 벌 나비가 찾아드는 티 없는 영혼이 노를 젓고 생각이 헤엄치는 곳. 아! 금사리에는 해종일 향기의 파도가 일렁이고 취한 여향헌 조각배는 윤슬에 사운거리며 한 잔의 향을 마시고 싶은 뒷산 봉우리가 뜰앞 선착장을 바라보며 타는 갈증 달래는 곳. 적요가 적요롭게 드러누운 뜰의 허리춤에서 시향의 언어가 향불로 피어오를 때 보이지 않는 너의 숨결은 상처의 영혼을 감싸고 소리 없는 속삭임은 멍든 심신을 어루만진다. 아! 금모래의 꽃 향으로 허공에 피어올라 혼의 불빛으로 흩날리..

나의 글 外 2023.10.21

정현우 시집『내가 머무는 세상』, 비전북하우스, 2023.

탐구적 미의식과 질박한 서정성의 시학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정현우 시인의 80여 편 남짓 원고를 탐독했다. 그의 시 세계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일상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거나 논리적 예리함, 지적인 주장보다는 몸소 체험과 경험에서 체득한 감성을 통해 대상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시적 정조가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온유한 느낌의 미적 감응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시상은 자연의 현상 속 꽃과 비 등의 시편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특히 애달픈 모정에 대한 그리움과 술에 대해서는 남다른 의미와 깨우침을 술잔에 담아 마시면서 자의식을 내면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시상을 감각적으로 표출하면서 정감 가는 시인만의 시어와 산뜻한 리듬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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