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무릉도원武陵桃源 수목원*/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2. 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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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가 자오록한 저녁답의 숲

복숭아 향 사르르 코를 짼다.

태양은 너울너울한 도섭지에 움츠러들었고

노을보다 짙은 산 그리메에

하루를 건너온 지친 몸이 젖어 든다.

 

나뭇잎 하나 툭 떨어진다.

정적에 든 산의 호흡이 깜짝 놀라고

자드락길, 바람결이 토해낸 꽃 향은

발뒤꿈치에서 피어오르며

뒤척이는 숲의 몸맨두리를 헹궈준다

 

폭포와 절리석의 어름

현실과 이상의 살핏점에서

시간을 잊고 나를 잊을 때

별 같은 별천지가 기포처럼 날아든다.

 

감실감실한 산색이 마음자리에 물들고

넘실넘실한 바람이 옷깃에 스미는

진종일 바라봐도 안 물리는 무릉

산들거린 능선 노루막이에서

솟쳐 오른 고뇌 한 짐 벗어놓고

등걸잠에 빠져든 도원의 적요.

 

 

*경기도 부천시 소재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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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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