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봄비가 잎을 떨구고 난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 맺혀있는 무언가를 볼 수 있다. ‘비꽃’이다. 칼릴 지브란이 ‘이슬방울’에서 바다의 비밀을 알아내듯, 비꽃 방울은 다른 방울과 주변의 나뭇가지를 안고 있고, 또 다른 비꽃의 방울 속에도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안기고, 서로를 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백화점이나 때론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 사방이 유리로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볼 때 사방으로 반사되어 비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화엄 세계를 상징하는 相卽, 相入을 떠올리고 또한, ‘화엄경’에 나오는 ‘인드라망(帝釋網)’의 비유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하나의 보석이 모든 보석에, 모든 보석은 하나의 보석에 있다는 ‘일중다, 다중일.( 一卽多, 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