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에도 정각이 있습니다 정오의 햇살은 물 도리에서 가끔 물의 보폭을 맞추느라 연착할 때 있습니다 온갖 지류에서 탑승한 물 색깔들은 쉼 없이 덜컹거립니다 덜컹거린다는 것, 그건 물이 달린다는 뜻입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물의 바퀴가 있다는 뜻입니다 샛강 속도로 달리는 이 완행, 그래서 늘 적자랍니다 때론 어느 집 마당 옆을 민망하게 지나치기도 하고 군불을 때는 저녁연기나 애호박 달린 호박 줄기와 잠깐 그 속도를 다투기도 하지만 완행은 저의 소리를 세면서 달립니다 한때는 나름 근사치의 시계 역할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완행이 지나가면 마을은 아침상을 차리기도 하고 저녁상을 물리기도 했었습니다 학교 종소리보다 먼저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부르곤 했었습니다 용궁역 지나 큰 바위에 직선을 양보하고 옥산역 비탈진 경사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