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로 하여금 쓰레기 봉지를 찢도록 한 것은 생선 찌꺼기의 비린내였나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 봉지를 찢고 있다 새끼들이 어딘가에서 떨며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의 눈은 터널처럼 깊고 그 속엔 어둠이 고여 있다 그 어둠을 파내어 내 눈에 바르면 나도 저것처럼 쓰레기 봉지를 뒤지는 슬픈 아비가 될까 마흔이 내일 모레인데 자식들은 겁도 없이 가시로 내 생을 쿡쿡 찌르며 자란다 아내는 도망치듯 취직을 하고 폐결핵에 걸린 나는 한동안 붉은 객혈을 하다 아침마다 한 줌씩 알약을 먹으며 헉헉거린다 거울을 보면 내 눈빛은 차츰 흐릿해져 간다 손톱으로 거울을 찢고 거울 속의 나를 끄집어내어 눈을 후벼 파고 싶은 나날들 고양이는 쓰레기 봉지를 거침없이 찢어놓고 사라졌다 쓰레기 봉지를 테이프로 봉합하며 너덜거리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