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혜지질 2

삼구홍타(三九紅墮)의 붉은 연꽃, 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홍영수

가부장제, 숨이 막힐 것 같은 유교적 이념 아래 조선 시대 여인들은 죄지은 듯 규중(閨中)에 갇혀 부모 봉양하고 자식을 길렀다. 물론 궁중의 비극을 담은 ‘한중록(閑中錄)과 ‘인현왕후전’ 등은 여인의 붓끝에서 탄생했고, 또한 규방문학 등이 있다. 이 중에 허난설헌은 사대부 집안의 규수였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쓰라린 고통과 아픔을 시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조선조 최고의 시인이다. 난설헌은 조선 선조 때의 석학인 초당(草堂) 허엽(許曄)의 삼남삼녀(三男三女) 중 셋째 딸로 태어났으며, 위로는 오빠 허성, 허봉, 아래로는 하나뿐인 남동생 허균(許筠)이 있었다. ‘사람은 가도 문장은 남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난설헌은 자신의 모든 글을 불에 태워서 없앨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성..

허난설헌/이가은

깊은 밤 규원가에 문풍지 우는 소리 일찍이 능한 시문詩文 치마 두른 원죄 앞에 부용꽃 서늘한 이마 돌아서서 지우고 난蘭 곁에 다소곳한 버들가지 하얀 송이 가을날 우뚝 솟은 연꽃 같은 노래마저 진흙 벌 캄캄한 속을 뿌리내리지 못하고 골안개 자오록이 온몸으로 젖는 날은 뼈끝으로 새긴 곡자* 삼구홍타* 예감하고 불살라 거두었던 시혼 먼 땅에서 빛나고… *곡자(哭子) : ‘두 자녀의 죽음에 울며’라는 시 *삼구홍타(三九紅墮) : 난설헌이 지은 「夢遊鑛桑山詩」에서 스물일곱 송이 꽃이 붉게 떨어지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본인이 죽을 것을 암시한 시. _이가은 시조시인 ---------------------------------------- 우리의 전통 시가인 시조, 특히 현대 시조는 고유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그 ..

나의 시 평론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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