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는 워낭소리에 귀 기울이고요. 풍구는 바람피울 날을 기다린답니다. 지게는 외로움 한 짐 지고 있고요. 바지게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어요. 덕석은 가을볕을 그리워하고요. 키는 오줌싸개가 없어 소금도 못 얻어와요. 대나무 갈퀴는 세월의 검불만 긁고 있네요. 낫은 기역 자도 모르는 주인을 찾고 있어요 호미의 잠은 이미 녹슨 잠이고요. 곡괭이는 손길과 오감이 없어 굽은 자세네요 볏단을 기다리는 경운기는 시동을 꺼놓았어요. 처마 끝은 동구 밖을 보고 있는데요 박물관은 저 먼 북망산자락을 보고 있네요. 헛간은 여전히 헛헛하다네요.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