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길의 시멘트 포장도로 숨구멍처럼 갈라진 틈새로 들꽃들이 자라고 있다 누구의 손길, 눈길도 없다. 타는듯한 목마름의 줄기는 잎끝에 맺힌 해울로 적시고 여리디여린 꽃잎은 햇빛 한 올의 눈짓에 하늘하늘 웃는다. 사이와 사이에서 때론, 베이고 뽑히는 경계에서 한낱 이름 없는 들꽃일지라도 연민의 눈짓엔 고개를 돌리고 관심의 손짓엔 냉담이다. 내가 낮춰 너를 피우고 네가 높여 나를 터뜨리니 한 줌 향기 길손의 옷깃에 스며들고 네 곁에 내가 서서 너를 꼭 껴안고 내 앞엔 네가 앉아 나를 손 잡으니 비좁은 틈새로 하늘이 포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