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명상의 방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엄숙함에 앞서 철사 가닥같이 삐쩍 마르고, 거센 입김으로도 금방 부러질 것 같은 키 큰 사람이 걷고 있었다. 아니 존재의 본질이 걷고 있었다. 삶의 얽매임과 끈으로부터의 자유를 직시하고 벗어나려는 듯, 눈빛은 유독 빛나고 마른 갈대 같은 신체에 비해 발은 두꺼웠다. 심한 고통과 비극적 상황 묘사 등에서 육체의 살과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자코메티의 실존적 작품, 한가람 미술관에서 만난‘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이다. 그리고 이 조각상을 보는 순간 이젠하임(Isenheim) 제단화의 그뤼네 발트 작품 갈비뼈가 튀어나온‘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그림이 생각났다. 관람을 끝내고 전철 안에서 시골에 계신 九旬(구순)의 老母(할머니)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