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자랐다. 그리고 초, 중학교 때까지 면 소재지와 읍내로 통학했었다. 그 시절, 지금까지 유난히 기억에 남아 언뜻언뜻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밤 12시 되면 높은 뒷산 너머의 읍내에서 통행금지의 사이렌 소리가 고적한 산골 동네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새벽이면 닭의 홰치는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동네 앞 커다란 저수지 건너편에서 산사의 종소리와 교회당 종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사이렌 소리는 누군가 한 잔 술에 취해 마구 큰소리로 고함지르듯 하고, 그래서인지 정감도 없을뿐더러 신화 속 매혹적인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냉정함의 기호로 들렸다. 그것은 과학 문명을 이용한, 더구나 통행금지라는 동동걸음으로 다가오는 하나의 신호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교회당 종소리는 초등학교 때 익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