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에 와서는 묵언의 수행자가 아니면 한 걸음도 나아 갈 수 없다. 암자를 둘러싼 바위는 말이 없다. 말이 없으니, 고요가 귀를 씻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바위 틈새를 메운 돌멩이에 귀 기울여본다. 울력했던 보살들 땀방울 흘러내린 소리와 한 칸의 절간, 스님의 염불 소리를 풍경風磬이 주워 모아 소리 꽃을 피운다. 처마와 닿을 듯한 늠연한 고목 한 그루가 낡삭은 절집을 안고 소리 없이 툭 던지는 이파리 하나 의상대사의 화두가 되어 불전 앞에 툭 떨어져 앉는다. 말 없는 달마산의 바위너설에서 오묘한 진리 한 자락 휘감지 못했지만 암자를 에워싼 바위 결에 흐르는 노승의 목탁 소리에 몽매한 귀가 확 뜨이며 맥맥한 속내를 확 트이게 한다. 침묵이 숨죽이며 침묵하는 도솔암 미망의 중생에게 내리친 무언의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