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속, 한 문장에서 역사 한 톨 꺼낸다.조심스럽게 눈으로 듣고 귀로 바라본다.얼마나 긴 간난과 고난 속 역사관을 일깨워야이십여 년 붓끝에서 완전체의 세계관이 잉태될 수 있을까.그리고 단군조선에서 고려 말까지 내 달려올 수 있을까.역경과 가난을 옆구리에 꿰차고서몇십 권의 실사구시로 영글기까지 한 장 한 글자에는이익과 친구들의 손길 발길이 돋을새김 흔적으로 남아 있다.강綱과 목目에는 충절과 실학의 정신이 실려있고보이지 않는 동사강목의 시원에는 반계가 어른거린다.가만히 책의 낱장을 톺아본다.붓끝이 일필휘지로 순암의 정신을 그려 낼 때묵향은 책 속에 스미어 성리학의 꽃을 피운다.‘안(按)’의 자세로 옹이진 붓을 휘어잡고찬탈자들의 빗나간 역사관 속에서도 올곧은 얼혼은 국가와 왕과 신하의 몸에 박혀서문 속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