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기다림은 행복을 찾는 순간일까, 누굴 저리도 애타게 기다릴까. 사박사박 눈을 밟으며 임이 오지 않을까? 성엣장 같은 차가운,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밤은 깊어 가는데∙∙∙… 송도삼절의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황진이, 밤중에 가슴에서 부화한 그리움 한 줌 안겨준 그이는 하룻밤 풋사랑 아님, 정주고 떠난 풍류객의 사대부는 아니었을까? 행여 그 임이 언제 올지 몰라 기나긴 밤의 시간을 한 토막 잘라낸다니, 얼마나 겨울밤 동치미 같은 맛 난 표현인가. 그 시간을 봄바람 같은 따스한 이불 아래 넣어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거든 펴 드린다니, 이토록 으늑한 정성, 장작불에 달궈진 사랑방 구들장인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