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울퉁불퉁 드러난 벚나무 뿌리를 본다 가장 아픈 기억의 흔적처럼 드러난 상처 다발로 송두리째 뻗어 있다 그래도 땅속에서 뿌리를 깊이 박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땅과 하늘의 경계에서 바위틈 사이를 비집고 당당히 서 있는 벚나무 마지막 기운이 다할 때도 저렇게 자기를 버티고 서 있는 나무 죽음을 앞에 두고도 영혼의 길이 되어주는 뿌리 잠시 신발을 벗어놓고 나갔다 돌아온 주인처럼 해마다 새싹이 돋아 넉넉하게 그늘을 품어주던 나무 시집 「귀의 말」, 시산맥사, 2018. -------------------------------------- 문학은 정서와 감정에 바탕을 둔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의도대로 익혀야 하는 ‘의도적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되지만 독자의 멋대로 해석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