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집안의 물건들을 일부 정리했다. 오래된 옷가지들과 손길 닿지 않은 이곳저곳에 있는 잡다한 것들을 분리수거 해 놓으니,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다고 집안이 비워진 느낌이 없고 산뜻한 느낌도 별로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한쪽에 세월의 나이를 먹고 드러누워 죽은 듯한 잡지들과 빛바랜 고서적들의 처리를 두고 곁지기와 심한? 입씨름을 했다. 그때 어느 작가와의 얘기가 생각났다. 10여 년 전쯤, 널리 알려진 작가와의 길거리 차담에서 들은 얘기다. 단독주택에 사는데, 외국에 살던 딸이 와서 하는 말 “책의 무게로 무너질까 무섭다”라며 지하로 서재를 옮기자고 했단다. 그래서 지하로 서재를 옮겼다 한다. 비단 딸의 권유 때문만이 아니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무엇인가에 대한 얽매임과 구속됨에 의존해 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