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맑은 도공이 아첨도 뽐냄도 없이 손품으로 빚으며 여백이 다칠세라 가다듬은 호흡이다. 가만히 불러도 수줍어 대답 못하는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 겉치레 없고 후더분한 종갓집 큰 며느리다. 위아래 한 몸 되기 위해 장작의 불잉걸에서 열꽃으로 핀 둥그스름한 불이不二의 법열경 손이 아닌 자연의 결로 연주한 물레와 흙의 협화음이다. 일그러진 듯, 뒤뚱거린 계산 없는 분방한 자유 알음은 없지만, 영혼의 앓음으로 지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도공의 순백한 정성 한 덩이다. 기교와 멋을 버린 생략의 미 다듬지도 않고 무심한 여유에서 쓴 시작도 끝도 없는 뽀얀 문장 마음으로 읽고 심장으로 감동하는 비문의 둥근 아름다움이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