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오일장 분잡스러운 장터 귀퉁이 붕어빵 집 여기저기서 모여든, 장날만 볼 수 있는 얼굴들 빵 몇 개 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빙빙 돌리는 빵틀 속에서 각다분했던 할아버지들의 삶이 불콰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어진 틀 속에서 알맞게 돌아가며 구워져 나온 한결같은 붕어빵처럼 결곡한 삶 뒤의 스스로 텅 빈 그림자를 밟으면서 생의 앞 편을 도돌이표로 살았던 그들 눈은 캄캄해지고 머리카락이 훤해지는 또 다른 붕어빵들이 붕어빵을 안주 삼고 있다 어거리풍년의 장날이면 후줄근한 뒷등에 바싹 말린 우케 몇 말 이고지고 때론, 등록금이 맺힌 금쪽같은 송아지 눈망울에서 희망을 바라보며 꼭두새벽 길을 나섰던 얼굴들 공맹(孔孟)은 안 읽었지만, 논밭 지심 메듯 자신의 삶까지 쏙 뽑아 읽어 냈던 날들 주름진 붕어빵 꼬리지느러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