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박수 2

글쓰기, 마당을 쓸고 정원을 가꾸다 (2)

중, 고등시절이었다. 나만의 자그마한 공부방을 갖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 손만 뻗으면 원하는 책을 책꽂이에서 빼내어 읽을 수 있는 공간, 그와 더불어 전축 하나 곁에 있어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보고 글도 써 보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독서와 음악, 사색과 명상, 한마디로 독락당(獨樂堂) 같은 곳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신, 특히 노래 가사를 많이 쓰셨던 형님의 영향을 받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독서와 글쓰기는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온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면서 글쓰기의 마당을 쓸고 닦고, 정원을 손질하고 가꿔놓은 곳에서 사람을 만나도록 한다. 이렇듯 삶과 언어와 글이 만난 글쓰기는 자기의 경험과 체험에 근거한 자기의 언어 행위이다. 작가는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

내 귀는 밭의 귀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자연은 참 오묘함과 심오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특히, 무심코 눈동자에 맺히거나 문득 고개 들었을 때 우연히 다가오는 풍경이 그러하다. 휴가를 맞아 땅끝 고향에 갔다. 낫과 삽을 가지고 밭에 나가 참깨도 수확하고 잡풀을 베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웠다. 잠시 그늘에 쉬는데, 여러 마리의 곤충이 팔다리를 오르내리며 울기도 하고 뒤편 숲에서는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대자연의 가장 원초적인 음악으로 들려오고, 상상의 생각들이 뭉텡이로 다가오니 달콤하고 풍부한 휴식일 뿐이다. 너무 더운 날씨에 또, 다시 삽질, 낫질을 멈추고 밭두렁 나무 그늘에 앉았는데 힘찬 날갯짓의 노랑나비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나비 때문이었을까?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이 아닌, 예전에 봤던 이라는 영화가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