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밀려 밀려온 여기 세상이 잠시 숨을 죽입니다 세찬 바람이 가슴을 휘몰아 간 오후 지금은 맑고 조용합니다 노송 한 그루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장작을 패고 따뜻하게 쌓는 일 구수한 밥 냄새에 뭉근한 기다림을 배웁니다 황망히 떠나버린 시간속의 사람들 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정표를 잃은 내가 서있고 또 다시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제 내 마음에도 성근 볕이 들고 분주했던 시간들이 차례차례 줄을 섭니다 쉰 고개 넘어, 이제야 나는 강을 보았습니다 넉넉함으로 나를 푸근히 안고 느릿느릿 바다로 함께 갈 강을 만났습니다. _금미자 시인 -------------------------------- 여행이란 익숙한 것에서 낯선 곳으로 떠남이다. 삶의 여정 또한 이렇다고 할 때 태어난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마주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