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다랭이논 귀퉁이 작은 생명의 시작과 끝이 울타리 없이 모둠살이 한다. 올망졸망한 맥박과 심장들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둠벙 그 곁 논두렁 버들가지에 날아든 산새 한 마리의 매서운 시선에 자물자물한 풍뎅이 물풀에 숨어들고 개구리는 속도위반으로 물속으로 잠긴다. 욜랑욜랑한 토하(土蝦)의 발길질에 간지럼 타며 일렁이는 물비늘은 잠시 들른 한 점 구름을 지운다. 외진 모퉁이의 웅덩이는 열고, 닫고 가둠과 비움으로 둥글둥글 베풀며 산골의 생명을 키워낸다. 은밀한 방언 같은 둠벙의 현주소는 자그마한 생명들의 젖샘이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