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2

천년 향기-월정사 전나무 숲길 / 강수경

온 우주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듯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산도産道를 뚫고 태어난 것인지 한 알 씨앗이 된 것인지 수행자의 상아詳雅한 비질이 품은 숨결 맨발로 전해져 오는 다지고 다져진 연한 흙의 기운 살과 살이 맞닿는 부드럽고 상쾌한 몸살 하늘 향해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을 침묵 수행자 되어 걷노라면 온몸에 푸른 물이 들어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된다 금강교 밑으로 흐르는 우통수 계곡물 소리 넉넉히 품는 사람 되라는 설법처럼 들리고 아리도록 차가운 물에 세족洗足하고 숲길을 돌아 일주문에 닿으면 순풍, 천년 향기로 세상에 던져진다 *계간 미래시학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회원 ------------- 필자는 사찰 답사를 자주 하곤 하는데, 어느 해 ..

나의 시 평론 2023.11.28

경계境界/김경식

수덕사修德寺 가는 길 난데없는 겨울 소나기라니, 일주문에 서서 비를 긋는다 산중엔 따로 울을 두르지 않느니 문안의 비와 문 밖의 비가 다르지 않아 바람은 빗물 따라 산을 내려가고 어둔 귀 하나 문설주에 기대어 저녁 법고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집『적막한 말』 ------------------------------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갈 때 첫 번째 세워진 문이다. 기둥이 한 줄로 서 있다고 해서 일주문이라고 부른다. 가람에 문은 문짝이 없다. 문은 공간 분할만하고 상징적일 뿐이다. 그리고 주변엔 울(담장)도 없다. 산중 사찰은 대부분 개방적이다. 불교는 오고 감에 자유자재 한다. 부처님을 여래라고 부르는 것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속세의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한 마음으로 통하는 진리의 세계로 향하..

나의 시 평론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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