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2

꿈속의 어머니 / 홍영수

꿈속, 바스락거림이 적막한 귓전에 들린다. 설움과 보고픔에 지친 나에게 아스라이, 보일 듯 말 듯 오신 어머니! 나는 느낍니다. 슬픈 방황의 마음을 다잡아 주신 침묵의 언어를 사루어 더더욱 따스한 손가락 마디마디의 정을 나의 심장에 찍힌 발자국의 의미를 고울사 고운 치맛자락 다소 곳 여미고 굽은 등 더욱 낮추시며 말을 잊은 듯, 정지문을 여신 무표정의 어머니! 나는 마십니다. 어둑새벽, 물 길어 장독대에 올린 정화수의 기도를 햇귀를 허리에 동여매고 정성껏 씻는 쌀뜨물을 아궁이 불 지피며 연기에 흘리는 사랑의 눈물을 번뜩이는 한순간의 모습으로 어둠 속에도 빛난 눈빛으로 순간의 나를 깨우고 일순간 흔적을 감추신 어머니! 나는 기다립니다. 그리움이 곪아 터져 사모의 꽃을 피우는 순간을 나의 꿈이 어머니의 눈망..

나의 시 2023.09.30

정한수/홍영수

새벽을 타고 문지방을 넘는다. 행여 들키면 안 되는 듯 잠든 문고리를 잡고 정지문을 연다. 부뚜막 곁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어둑새벽의 이슬을 밟고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다. 고요한 뒤란의 장독대 위에 신줏단지 모시듯 흰 대접 하나 올려놓는다. 새벽길 떠난 남편보다 먼저 길 열고 부정을 털어버리려는 듯 옷매무새 다잡으며 두 손 모은다. 버리고 비워서 헐렁해진 몸 허리 굽혀 천지신명께 빌고 허리 펴며 하늘과 소통하며 목젖에 걸린 자식들 위해 여자라는 것조차 잊는다. 아니, 처음부터 어머니였을까. 소리 없는 큰 울림의 기도 한 그릇 성역이고 종교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

나의 시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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