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다산초당 가는 산길을 걷다 보면 정호승 시인의 ‘뿌리의 길’이라는 시를 만난다. 나무뿌리는 커다란 벌레들이 뒤엉켜서 기어가고 꿈틀거린 듯한 모습들이다. 예전에 설악산 울산바위 가는 숲길에서 보았던 것과 같았다. 어느 산길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뿌리의 길’을 보면 어디론가 자신의 삶을 위해 여러 갈래로 뻗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삶의 길이란 사람이나 나무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는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고 피할 수 없으면 감싸면서 물을 찾아가는 걸 보면 지극히 예술적 감각을 소유한 식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반 고흐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나무뿌리>를 그려서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 왜 그랬을까? 비록 자신의 육체적 생을 마감할지라도 영혼만큼은 살아서 끝없이 대지에 뿌리를 뻗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