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하늘대는 가로수의 나뭇잎 끝자락에 쉰 살, 초점 잃은 눈동자가 가녀리게 흔들린다. 길 위를 걷는 나와 내 안의 길을 걷는 내가 지난 시간과 지금 시간을 가로지르며 의식 없는 다양체의 세계에 섞인다. 찻집에 들어선다. 내 안의 차가 찻잔에 담긴다. 창가에 비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찻잔에 담긴 기억의 차를 마실 때 지나간 시간 속 여행길의 옛사랑이 차향에 젖는다. 카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데 엿보는 햇살이 얼굴을 쓰다듬는다. 다양한 나, 그러나 무의식의 내가 되어 존재의 변신을 꿈꾼다. 아직은 싱싱한 심장 소리를 듣는 지천명, 정숙한 여인의 삶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