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2

변신을 꿈꾸다

길을 걷다가 하늘대는 가로수의 나뭇잎 끝자락에 쉰 살, 초점 잃은 눈동자가 가녀리게 흔들린다. 길 위를 걷는 나와 내 안의 길을 걷는 내가 지난 시간과 지금 시간을 가로지르며 의식 없는 다양체의 세계에 섞인다. 찻집에 들어선다. 내 안의 차가 찻잔에 담긴다. 창가에 비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찻잔에 담긴 기억의 차를 마실 때 지나간 시간 속 여행길의 옛사랑이 차향에 젖는다. 카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데 엿보는 햇살이 얼굴을 쓰다듬는다. 다양한 나, 그러나 무의식의 내가 되어 존재의 변신을 꿈꾼다. 아직은 싱싱한 심장 소리를 듣는 지천명, 정숙한 여인의 삶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

나의 시 2023.02.25

쉰이 넘어서야 강을 보았습니다/금미자

대책 없이 밀려 밀려온 여기 세상이 잠시 숨을 죽입니다 세찬 바람이 가슴을 휘몰아 간 오후 지금은 맑고 조용합니다 노송 한 그루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장작을 패고 따뜻하게 쌓는 일 구수한 밥 냄새에 뭉근한 기다림을 배웁니다 황망히 떠나버린 시간속의 사람들 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정표를 잃은 내가 서있고 또 다시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제 내 마음에도 성근 볕이 들고 분주했던 시간들이 차례차례 줄을 섭니다 쉰 고개 넘어, 이제야 나는 강을 보았습니다 넉넉함으로 나를 푸근히 안고 느릿느릿 바다로 함께 갈 강을 만났습니다. _금미자 시인 -------------------------------- 여행이란 익숙한 것에서 낯선 곳으로 떠남이다. 삶의 여정 또한 이렇다고 할 때 태어난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마주침 ..

나의 시 평론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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