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규원가에 문풍지 우는 소리 일찍이 능한 시문詩文 치마 두른 원죄 앞에 부용꽃 서늘한 이마 돌아서서 지우고 난蘭 곁에 다소곳한 버들가지 하얀 송이 가을날 우뚝 솟은 연꽃 같은 노래마저 진흙 벌 캄캄한 속을 뿌리내리지 못하고 골안개 자오록이 온몸으로 젖는 날은 뼈끝으로 새긴 곡자* 삼구홍타* 예감하고 불살라 거두었던 시혼 먼 땅에서 빛나고… *곡자(哭子) : ‘두 자녀의 죽음에 울며’라는 시 *삼구홍타(三九紅墮) : 난설헌이 지은 「夢遊鑛桑山詩」에서 스물일곱 송이 꽃이 붉게 떨어지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본인이 죽을 것을 암시한 시. _이가은 시조시인 ---------------------------------------- 우리의 전통 시가인 시조, 특히 현대 시조는 고유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