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 2

새금*다정자(塞琴茶亭子) / 홍영수

굼깊은 한듬절**의 독경 소리였을까 다향에 얼큰해진 무선舞仙들의 옷자락 여미는 소리였을까 흰 달빛이 고봉으로 내릴 무렵 자국걸음으로 마실 나온 일지암 초의 동다송을 꼴마리에 쑤셔 넣고 기스락 가녘으로 슬금슬금 내려오고 만덕산 자락, 초당의 다산은 차부뚝막에서 달인 약천의 찻물을 안고 깔끄막 우슬재를 싸목싸목 넘어와 다정자에 올라서는데 누군가 새팍 여는 소리 탐라의 세한도 소낭구 아래 홀로 외로운 추사가 아슴찮케 명선차 한 잔 가져온다. 멜겁시 원림에 앉아있던 고산이 뜽금없이 일어나 살금살금 다가올 때 눈엽을 솎은 람원藍園***, 첫물차를 짓는디 웨메! 차향에 취해분께 신선도 춤을 춰부네잉. *새금(塞琴) : 해남의 옛 지명 **한듬절 : 대흥사의 옛 명칭 ***람원藍園 : 새금다정자 주인의 호 시작 노트..

나의 시 2023.12.15

기울기/안금자

기운다는 건 팽팽함을 내려놓는다는 것 꼿꼿하던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본다는 것 뜨거운 가슴을 서서히 식히며 서쪽으로 기우는 해처럼 지나간 시간 쪽으로 한껏 기울어 비로소 너를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_안금자 시인 어느덧 가을이 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란 지구의 23.5도 기운 삐딱함 때문이다. 천동설을 주장했던 프톨레마이오스적 사고를 벗어난 코페르니쿠스, 그의 발상의 전환에 의해 지동설이 나왔고 이는 시야를 달리한 결과물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 슈클로프스키는 ‘낯설게 하기(makes strange)’란 ‘거꾸로 보기’,‘삐딱하게 보기’라고 했다. 결국 예술의 기법이란 대상을 낯설게 하는 것이리라. 시인은 지금 우물 밖을 보려면 우물이라는 틀의 시각을 벗어나야 볼 수 있듯이..

나의 시 평론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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