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잊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렇기에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유난히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환청처럼 남아서 영혼마저 흔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예술가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혼을 받쳐 완성한 작품에 대해 소위 전문가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알 듯 모를 듯, 전문용어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동원해 비평했을 때이다. 그럴 때 작가는 섬뜩한 조각칼에 의해 조각된 느낌이 든다. 물론 모든 비평가, 평론가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고, 그 일부에 의해서 예술가의 길을 떠나기도 하고 문단에서는 절필하는 경우도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모음집 「깊이에의 강요」를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