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군 생활을 서해안 바닷가에서 했다. 3년의 세월 동안 저 먼바다의 수평선 자락에 걸친 일몰 광경을 보면서 근무했다. 늦은 오후 근무 때 바라보는 서녘의 노을이 유난히 붉고 짙을 때가 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수평선 끝자락에 걸친 노을빛, 개인의 일탈이 용납되지 않고 그래서 탈출구가 없는 얽매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생활환경에서 보는 그 풍경은 또 다른 의미의 붉은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내외적으로 억눌리고, 메마른 감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검붉게 타오르는 노을빛은 그날의 심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된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대신한 듯한 표정의 빛으로, 때론 내가 불타는 듯한 노을 속에 빠져들어 커다란 소리를 치고 있는 착각하는 것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바로 그때 시선과 가슴을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