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가 되고 싶은 남과 북 사이에 가로 놓인 나반도를 가로지르며 한 가운데 서 있다.훈민정음은 쭈뼛쭈뼛한 철조망의 등뼈를 오르내리고심장 깊숙한 곳에는 같은 피가 흐르는데가슴과 가슴 사이에는 내가 있어 오가야 할 언어의 날갯짓은 죽지를 접은 지 오래다.그리움과 보고 싶음의 틈바구니에멋쩍은 듯 녹슨 자세로 서 있는 나는 누구일까서로의 오감이 끊겨버린 사이에 선 두꺼운 벽그렇게 가로막은 호적의 뿌리를 뽑아버리고흔적마저 지우고 무너뜨려서 이어주고 싶어장애물이 아닌 통로가 되고 싶은 거야뜨거운 심장으로 더불어 살아야 할 너희들이 모질고 모진 세태의 틈새에 나를 세워놓은 거야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세상은 없는 걸까장애물의 벽이 아닌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없는 걸까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오직 너희들뿐이야.더..